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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택트렌즈를 낀 채 잠깐 졸았다가 눈을 떴을 때, 눈꺼풀이 각막에 달라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겨우 10분에서 20분 정도 눈을 붙인 것뿐이었는데도 그랬습니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눈은 완전히 말라붙은 것처럼 뻑뻑했습니다. 만약 렌즈를 끼고 밤새 잔다면 어떻게 될지,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과 공개된 자료를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콘택트렌즈 건조는 왜 생길까
렌즈를 끼면 눈이 마르는 이유를 산소 문제 하나로만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건조함에 더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건 눈물막 쪽입니다.
눈물막은 눈 표면을 덮는 얇은 층입니다. 렌즈를 착용하면 이 막이 렌즈를 사이에 두고 앞뒤로 갈라집니다. 렌즈 뒤쪽은 각막에 붙어 있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공기와 맞닿은 앞쪽 눈물막은 훨씬 얇고 잘 깨집니다. 원래 하나였던 층이 둘로 나뉘면서 각각이 얇아지는 셈입니다. 깜빡임으로 눈물을 다시 펴 발라도 예전만큼 오래 버티지 못하고 쉽게 마르게 됩니다.
그다음은 산소 문제가 있습니다. 각막에는 혈관이 없습니다. 혈액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산소를 직접 받아들이는 조직입니다. 렌즈는 이 경로를 어느 정도 가로막습니다. 깨어 있을 때는 깜빡임으로 눈물이 순환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지만, 눈을 감고 자는 동안에는 그 보완 기전마저 멈춥니다. 렌즈를 낀 채 잠들면 각막이 사실상 산소가 차단된 상태에 놓입니다.
렌즈를 착용한 채 잠드는 것이 각막염 위험을 여러 배 높인다는 조사 결과도 널리 인용됩니다. 제가 20분 졸았을 때 느낀 불편함은 그 위험의 아주 작은 입구였던 셈입니다.
산소투과율과 렌즈 종류, 컬러렌즈가 더 힘든 이유
산소투과율은 렌즈가 산소를 얼마나 통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보통 Dk/t로 표기합니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오래 낄 때 각막이 받는 부담이 커집니다. 렌즈 종류마다 조건이 다릅니다.
- 하드렌즈(RGP): 산소투과율이 높은 편이지만 처음에 이물감을 견디는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 소프트렌즈: 재질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예전 하이드로겔 재질은 산소투과율이 낮았지만, 실리콘하이드로겔 재질은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옵니다.
- 컬러렌즈: 착색층이 들어가면서 두께가 늘고, 착색 방식에 따라 표면 매끄러움도 달라집니다.
- 서클렌즈: 직경이 커서 각막 주변부까지 덮기 때문에 각막이 공기와 직접 닿는 면적이 줄어듭니다.
제가 주로 썼던 건 도수 없는 컬러렌즈와 서클렌즈였습니다. 시력이 나쁜 편이 아니어서 순전히 미용 목적으로 주로 사용했었죠. 같은 원데이 제품이라도 투명 렌즈와 컬러렌즈는 착용감 차이가 꽤 컸습니다. 컬러렌즈는 네 시간이 지나면 시리기 시작했고, 여섯 시간을 넘기면 인공눈물을 반복해 넣어야 겨우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제 눈이 유난한가 싶었는데, 렌즈 구조를 알고 나니 그럴 만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예전에는 렌즈를 고를 때 색이 예쁜지, 직경이 큰지를 우선적으로 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눈에 직접 닿는 의료기기인 만큼 재질과 산소투과율, 베이스커브(렌즈의 굴곡 반경으로 눈 형태와의 맞춤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여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착용 시간, 제품 스펙보다 내 눈 반응이 기준
렌즈를 꾸준히 쓰던 시기에 가장 먼저 알아챈 변화는 착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섯 시간도 버텼는데 나중에는 네 시간도 버거워졌습니다. 눈이 적응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점점 예민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렌즈를 뺀 뒤에 바로 괜찮아지지 않는다는 것도 겪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렌즈부터 빼는 거였는데, 오래 낀 날일수록 회복이 더뎠고, 저녁 내내 눈이 시리고 뻐근했습니다.
그래서 착용시간을 정하는 기준을 바꿨습니다. 제품 포장에 적힌 최대 허용 시간이 아니라, 내 눈에 시림과 충혈이 시작되는 시점을 파악하고 그 이전에 빼는 방식입니다. 하루 종일 편하게 썼다는 다른 사람의 후기가 내 눈에도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렌즈 착용 기본 수칙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하루 착용 시간은 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눈 반응에 따라 더 짧게 조정
- 잠자기 전 반드시 렌즈 제거 (잠깐 조는 상황도 포함)
- 렌즈 케이스는 1~2개월마다 교체하고 매일 전용 세척액으로 세척
- 수돗물 사용 금지, 물놀이·사우나·샤워 시 착용 금지
- 원데이 렌즈는 하루 사용 후 반드시 폐기
착용 중에 충혈이나 통증, 이물감이 느껴진다면 버티는 것보다 빼는 것이 먼저입니다. 렌즈를 뺐는데도 이물감이 남거나, 빛이 유난히 시리거나,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면 단순한 건조함으로 넘기지 말고 안과에서 각막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결국 컬러렌즈를 거의 끼지 않는 쪽을 택했습니다. 시력 때문에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그만두는 선택이 어렵지 않았고, 그 점은 매일 렌즈를 껴야 하는 분들에 비하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구건조증이 있고 렌즈를 뺀 뒤 회복이 더디다면, 착용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한동안 쉬어가는 편이 눈에는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렌즈를 낀 상태에서 인공눈물을 넣어도 되나요?
A. 제품에 따라 다릅니다. 렌즈 착용 중 사용 가능하다고 표시된 제품을 확인하고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존제가 든 제품은 성분이 렌즈에 흡착될 수 있어 렌즈 착용자에게는 일회용 무보존제 제품이 권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도가 높은 겔 제형은 렌즈 착용 중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Q. 원데이 렌즈는 하루 종일 끼고 있어도 되는 건가요?
A. 원데이는 교체 주기를 뜻하는 말이지 착용 가능 시간을 뜻하지 않습니다. 하루 쓰고 버리라는 의미이지 하루 내내 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Q. 수영장에서 렌즈를 끼면 왜 안 되나요?
A. 물속에는 가시아메바를 비롯한 미생물이 존재하고, 렌즈와 눈 사이에 물이 갇히면 각막에 접촉할 시간이 길어집니다.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치료가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물에 들어가야 한다면 원데이 렌즈를 쓰고 나온 즉시 폐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대책입니다.
Q. 렌즈를 끊으면 건조함이 바로 나아지나요?
A. 제 경우에는 렌즈를 뺀 당일보다 며칠이 지나면서 눈이 편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렌즈를 끊었는데도 건조함이 그대로라면 렌즈가 유일한 원인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눈물막 상태나 마이봄샘 기능을 안과에서 확인해보는 편이 낫습니다.
마무리하며
렌즈를 관리하는 수칙들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번거로움보다 눈이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습니다. 지금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컬러렌즈를 거의 끼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예쁘게 보이는 게 더 중요했는데, 한 번 안구건조증이 심해지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몇 시간 예쁜 것보다 하루 종일 눈이 편한 게 훨씬 낫다는 걸 직접 겪었거든요.
렌즈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눈에 직접 닿는 의료기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착용 시간을 내 눈 반응에 맞게 조절하고, 불편함이 반복된다면 쉬어가는 선택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충혈이나 이물감, 시림 중 하나라도 느껴진다면 렌즈를 빼고 눈 상태를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